케이퍼무비(범죄영화)를 좋아하시나요?
2000년대 초반 최동훈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을 처음 봤을때 그 충격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이런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오션스 일레븐부터 오션스 8까지, 이탈리안잡, 도둑들 등등…이렇게 범죄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모험을 다루는 영화를 케이퍼무비라고 합니다.
이런 구성이 왜 인기가 있는가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범죄자들의 뛰어난 실력과 고난이도의 작전,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기까지 난관을 해결하는 과정과 중간중간 있는 위기가 영화를 보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으니 금지된 재미를 영화에서 추구하게 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없겠지요.
이렇게 범죄자들을 다루는 것이 영화 뿐만 아니라 당연히 소설에도 있는데요, 이를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부르는지, 이 피카레스크 소설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내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의 기원과 정의
역사적 배경
피카레스크 소설은 16세기 스페인에서 탄생한 문학 장르로, 그 기원은 사회적 불안과 혼란의 시기에 있습니다. 당시는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의 여파로 인해 기존 사회 구조가 흔들리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던 시기였습니다. 안정된 사회가 아닌 불안한 나날을 보내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홍길동전이 지어지고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요? 피카레스크 소설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하여, 사회의 주변인이나 부랑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스페인어 ‘피카로(pícaro)’에서 기원하는데, 피카로는 악당이나 사기꾼을 의미하며, 이들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독자들에게 현실을 반영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했습니다.
주요 특징과 테마
피카레스크 소설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와는 달리, 도덕적 회색지대에 속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이들은 사회의 규범을 어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은 기존 사회 질서와 가치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교활하고 영리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이 주인공들이 이루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바로 서사 구조입니다. 주인공의 일대기를 다루는 가운데,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며, 다양한 사회적 상황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렇게 조각조각 이루어진 블록과도 같은 이야기구조는 독자들이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장르의 소설은 사회 비판과 풍자를 중심으로 하는데, 주인공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체험하며, 주인공들이 겪는 저런 부조리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알게됩니다. 다만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이러한 사회적 비판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내어,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오늘날에도 그 매력을 잃지 않고, 다양한 현대 작품에 영감을 주고 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 피카레스크 요소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현대인들이 여전히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에 대한 비판을 하는것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범죄자, 그러나 스마트하고 능력있는
이 장르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도둑, 사기꾼, 부랑자 등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인물들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영웅과는 달리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 규범을 어기고 자신만의 규칙을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러한 인물들에게 매료되는데, 이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현실적인 삶의 모습 때문입니다. 읽는 독자들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인공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지를 발휘하며, 종종 교활한 방법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억압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독자들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을 제공하며, 현실에서의 억압된 욕망을 해소시켜 줍니다.
도덕적 회색지대에 위치한 인물들
또 이 장르 소설의 주인공들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입니다. 무슨이야기냐면,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지만, 그들의 행동은 종종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가 있기때문에 절대 악이라고도, 절대 선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도둑질을 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일 수 있으며, 사기를 치는 이유는 부패한 권력자들에게서 착취당한 것을 되찾기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덕적 회색지대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도 영웅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을 다시 묻게 하고, 사회적 규범과 도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정의와 도덕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고 할 수 있는데, 비슷한 주제를 좀더 말랑말랑하고 재미있게 다룬 것이 이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의 주인공들은 종종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반영합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들이 그들을 더욱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독자들은 이 인물들의 약점과 결함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이렇게 설정함으로써,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독자들에게 도덕적 회색지대의 존재를 상기시키며, 선과 악의 경계가 항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도덕적 판단의 복잡성과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설 속 인물이 겪는 모험의 특징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모험과 시련을 겪습니다. 이들은 사회의 주류기보다는 변두리에서 살아가며, 끊임없는 역경과 장애물에 직면합니다.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이 단순한 일상이 아닌 비범한 경험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종종 위험한 범죄에 연루되거나, 낯선 도시와 마을을 탐험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모험을 통해 주인공들은 세상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하게 되며, 독자들은 그들의 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험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실은 주인공들의 내적 여정을 의미합니다.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은 종종 도덕적 딜레마와 맞물리며, 그들의 선택과 행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들은 그들이 직면한 사회의 규범을 어기지만, 때로는 그들의 행위가 더 높은 정의와 윤리를 추구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와 도덕의 구조는 시대가 바뀌더라도 꾸준히 통용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모험들은 현대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해석되고 있으며,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흥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사회 비판자로서의 역할
계층 구조와 사회 제도의 풍자를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
피카레스크 소설은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풍자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의 하층 계급 출신으로,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에 의해 억압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기지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종종 부패한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을 조롱하고, 그들의 허영심과 위선을 폭로합니다.
소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시 사회의 계층 구조와 불평등을 비판합니다. 부자와 권력자의 위선을 고발하며, 그들이 누리는 특권과 부의 불공정함을 폭로합니다. 이러한 풍자는 독자들에게 사회적 성찰을 유도하며,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따라 나오는 소설의 결론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들의 모험과 시련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소설은 독자들에게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의 역사와 변천
지금까지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정의와 특징적인 면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이 장르의 소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고, 어떤 대표작들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탄생과 발전
피카레스크 소설의 탄생은 16세기 스페인이라고 일컬어지는데, 탄생 이후 스페인 황금시대 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초창기 가장 유명했던 작품 중 하나는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Lazarillo de Tormes)”로, 작가는 무명으로 미상입니다.
내용의 줄거리는 가난한 소년 라사리요가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경험하며 겪는 모험을 통해 당시 스페인의 사회적 불평등과 부패를 풍자했는데, 이 작품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전형적인 구조와 주제를 확립하며,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17세기에는 세르반테스의 걸작인 “돈 키호테(Don Quixote)”가 등장했습니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며, 피카레스크 소설의 장르적 한계를 확장했습니다.
유럽 전역으로의 확산
스페인에서 발원했지만 인기를끌면서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형식과 구조를 차용한 작품들이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질 블라스의 모험(Histoire de Gil Blas de Santillane)”이, 영국에서는 “몰 플랜더스(Moll Flanders)”와 같은 작품이 피카레스크 장르의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각 나라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변형되었으며,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통해 범위를 확장하였고, 유럽 전역에서 피카레스크 장르는 사회 비판과 풍자의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현대적 변형과 재해석
20세기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피카레스크 소설은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되고 변형되었습니다. 고전적인 설정인 도둑과 사기꾼 대신, 현대 사회의 다양한 주변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범죄의 유형도 도둑질 대신 경제나 고도의 IT기술을 활용한 형태로 변형됩니다. 주인공들 역시 기술 발전,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부패 등 현대 사회의 문제들과 맞닥뜨리며, 새로운 형태의 모험을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캐치-22(Catch-22)”와 같은 작품은 전쟁과 군대의 부조리를 풍자하며, 주인공이 겪는 모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현대적 변형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현대 문화에 미친 영향
영화
이 포스팅의 시작을 케이퍼무비로 시작했는데, 피카레스크 소설의 영향은 현대 영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많은 영화가 피카레스크적 전통과 특징을 이어받아 매력적이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러한 주인공들은 종종 법과 질서를 어기지만, 관객들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복잡한 성격에 매료됩니다.
예를 들어,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범죄나 도둑, 사기꾼 등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비록 전통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다양한 모험을 겪으며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점에서 피카레스크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과 같은 영화도 범죄와 모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와 TV 시리즈에서의 주제의 발현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TV 시리즈에서도 피카레스크적 요소의 영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현대 드라마가 반(反)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이 겪는 모험과 시련을 통해 사회적 비판을 시도합니다. 이러한 드라마는 복잡한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도덕적 회색지대에 속한 인물로, 그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범죄지만 그의 동기는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그의 모험과 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합니다.
피카레스크 모험 요소를 갖춘 게임들
또한 현대 비디오 게임에서도 피카레스크적 요소를 갖춘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도덕적 선택을 강요하며,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다양한 도덕적 선택을 경험하며, 그 결과를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레드 데드 리뎀션(Red Dead Redemption)” 시리즈가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레데리에서는 주인공이 범죄자이면서도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며, 플레이어는 그의 모험을 통해 서부 개척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탐구하게 됩니다.
문학에서의 현대적 재해석
마지막으로 현대 문학에서도 전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가 있는데,주인공이 가난한 환경에서 시작해 다양한 모험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도의 사회적 문제와 불평등을 다룹니다.
이처럼 시대를 이어오면서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인기가 있는 피카레스크적 요인은 대체 무엇때문에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요? 바로 인간 본성과 사회적 문제를 깊이 탐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러한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독자와 시청자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도덕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재미도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남고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서 조사하기 전까지는, 레드데드 리뎀션이나 저수지의개들, 그리고 하다못해 포레스트 검프 까지 피카레스크적 요소가 있다고 분류가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요. 우리가 많이 아는 유명한 작품들이 꽤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작품들이 영향을 받아 전통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